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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택배·관광버스·청소차까지 자율주행… 中 '자율주행 굴기'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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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12 06:00 | 수정 2020.12.12 08:48

韓 자율주행 기술력 美·中 뒤처져…규제 수준도 높아

중국 최대 검색 엔진 업체 바이두는 지난 7일 업계 최초로 베이징시로부터 무인 주행 허가증을 발급받았다. 완전 자율주행 테스트를 통과해 안전요원이 동승하지 않아도 자율 주행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바이두는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 로보택시(apollo go robotaxi)’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차량에는 긴급상황을 대비해 안전요원 1명이 운전석에 탑승해 있지만, 이 택시는 레벨 4 자율주행 택시다. 레벨 4는 비상시 차량이 어느 정도 자체 대응할 수 있어 운전자가 책을 읽어도 되는 수준이다.

바이두는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행하기 전 창사, 광저우, 충칭, 창저우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실시해 안정성을 테스트했다. 베이징에서 아폴로 고 로보택시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하루 탑승 주문 건수가 2600건을 넘었다. 바이두는 현재 허가를 득한 13개 정류장을 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굴기(崛起)가 자율주행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내 자율주행 기술은 택시뿐 아니라 관광버스, 택배, 물류, 청소차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많은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자동차에서 구현되는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지리자동차, BYD 등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자율주행 기술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경제정책 수립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2018년 1월 자율주행차 3단계 발전 전략을 제시했는데, 2020년 관련 제도 수립하고 2025년 5G 기반 V2X(차량과 사물 간 통신) 기술을 보급한 이후 2030년 자율주행 선도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중국 정부는 23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허가해 기업들이 기술의 정밀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지원을 받는 중국 자율주행차 업체 오토엑스(AutoX)도 이달 중국에서 자율주행 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운전자나 원격 운전 지원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거리에서 운행된다. 중국 1위 승차 공유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은 볼보자동차와 협력해 상하이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하이난에서는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관광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 버스에는 5G를 기반으로 자율주행과 지능형 교통인프라 시스템 기술이 사용됐다. 차량 내 운행 모니터링 시스템이 탑재돼 관리센터 직원이 원격으로 운행 차량을 점검한다. 관광버스를 탄 관광객들은 AR 기술로 구현된 영상을 보면서 관광지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중국 하이난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인 관광버스./야노다우림문화관광 제공
자율주행 기술은 중국 택배와 물류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기간 택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지난 10월 30일부터 무인 택배로봇 ‘작은 당나귀(小蛮驴)’ 22대를 절강대학교에 배치했다. 11월 1일부터 ‘작은 당나귀’가 활동하고 있는데, 1건당 평균 배송시간이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창사 황하국제공항은 지난 9월부터 항공 화물을 운반하는 자율주행 운송차량을 시범 투입했다. 중국에서 물류를 운송하는 무인 차량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체 속도 제어, 안전 운행, 장애물 회피 등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이 물류차량은 창사 공항 2기의 화물처리 구역 지정노선에서 항공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공항 측은 자율주행 운송차량을 운행하면서 안전성을 높이고 물류비와 인건비를 절감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차량은 클라우드와 연결돼 화물 운송 명령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쉬는 시간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화물 처리량 증가와 처리 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자율주행 물류 차량은 미리 설정된 지정구역에서만 지정된 화물을 운반하는데, 이 기술은 중국 자동차기술 전문기업 UISEE에서 개발한 U-드라이브 스마트 운전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레이더 탐지 센서 등 다양한 기술이 탑재됐다.

시안투지능이 중국국제공업박람회에 전시한 무인 청소차./시안투지능 제공
지난 9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공업박람회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 청소 차량이 전시돼 주목받았다. AI, 집성 레이저, 초음파 레이더 위치 측정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이 자율주행 청소차는 도로 청소, 살수, 쓰레기 수거 작업을 수행한다. 자율주행 청소차를 만드는 중국 시안투지능(仙途智能)은 상하이 순환도로와 고가, 고속도로 등에 대한 무인 청소 시범 운영을 계획 중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중국은 기술력 수준에서 우리나라에 뒤처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는 누구든 새로운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6월 국내 최초로 이뤄진 자율주행차 일반도로 시험 주행 모습./조선일보 DB
문제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력이 이미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지난해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사실 서비스 강국일 뿐 통신,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는 선진국보다 크게 뒤처진다"며 "이런 상황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미국을 100점으로 봤을 때 중국은 85점, 우리나라는 80점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규제 환경도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허가를 내주는 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운전석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실증 테스트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았는데, 최근에야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규정을 개정해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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