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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옷가게 사장과 치킨집 사장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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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옷가게 사장과 치킨집 사장

두 달 전 시내에 찌개집을 낸 김 사장은 어제 종일 세 테이블에 손님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가 나타난 후 어려움이 계속됐지만 최근 몇 주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가게가 채 자리 잡기도 전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오래 준비했고 더 늦출 수는 없어 가게 오픈을 강행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김 사장은 배달 음식을 개발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장사 경험이 많은 지인의 조언도 있었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주변 음식점을 봐도 타격을 조금이나마 줄일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보였다.

여대 앞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윤 사장은 막막하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문을 열지 못한 데다 상권 자체가 죽은 터라 회생 기미가 없다. 천수답(天水畓) 농사꾼 심정이다. 망해가는 가게를 지키는 윤 사장의 속은 타들어 간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사장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밀려드는 배달 주문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말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만 주문이 밀렸지만 이제는 때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티를 낼 수는 없다. 같은 건물 3층의 체육관은 문을 닫았고, 옆 건물 화장품가게도 반 토막 매출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같은 상인회 소속 회원들 사이에서도 상황은 극과 극이다.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매출 자료에 따르면 광복절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발생 이후 소상공인 매출은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수준까지 떨어졌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서울 지역은 68%까지 하락했다. 위의 사례가 말해주듯 업종이나 운영 방식 등에 따른 격차를 감안하면 장사가 안되는 곳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이다. 8개월째 계속되는 희망고문에 조금 더 참으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당장 문 닫고 거리에 나앉을 판이라 대출을 늘려주거나 연장해줘 숨통을 틔우고,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불씨를 넣어줘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은퇴자, 청년 실업자가 많다. 참 우울한 3다(多)다. 이들의 진로 중 하나가 자영업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25% 안팎으로 미국의 4배, 일본과 독일의 2.5배쯤 된다. 인구수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항시 구조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자영업자들이 서 있는 자리를 더욱 위태롭게 했다. 2017년 시간당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8590원으로 3년 만에 32.8%나 올랐다. 근로시간 단축은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져왔고, 자영업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여기에 덮친 코로나19라는 해일(海溢)은 생활방식의 변화를 야기했다. 강도를 더해가며 나타나는 생존을 위한 생활방식 변화에 제도와 규범, 가치, 사고가 이끌려 바뀌고 있다. 지진과도 같은 변화에 누군가는 수혜를 보고, 다른 한쪽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소수의 수혜업종이 나타나고, 일반적인 다수 업종은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는 시기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원래의 자리라는 게 애초의 모습으로 계속 존재할 가능성도 낮다. 자영업자들은 정부를 계속 쳐다볼 수밖에 없다.

김민진 중기벤처부장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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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4, 2020 at 01:1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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